중간 세대로 살아간다는 것
엄마는 올해 81세다.
사신 날보다 살 날이 더 적다는 생각을
나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
그 말이 너무 선명해서, 너무 무거워서.
엄마의 마음을 나는 다 알 수 없다.
그 나이의 두려움도,
몸이 예전 같지 않을 때의 허전함도,
혼자 남겨질지 모른다는 불안도.
하지만 딸로서,
그리고 육십대를 바라보는 나의 자리에서
그 마음을 조금은 짐작하게 된다.
치매가 아닐까, 두려웠던 시간
처음엔 치매가 시작된 줄 알았다.
같은 말을 반복하시고,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셨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치매가 아니라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우울증 초기이며
경도인지장애라는 진단이었다.
안도와 걱정이 동시에 밀려왔다.
우울증 약을 복용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요즘 엄마의 표정은 조금 부드러워졌다.
대화도 예전보다 길어졌다.
완전히 괜찮아진 건 아니지만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는 그 사실이
내게는 큰 위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나는 아로마테라피스트 자격증이 있다.
향기요법을 배웠다.
엄마 방에 은은한 향을 두고,
잠들기 전 손을 잡아드리고,
짧은 산책을 함께 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매일 전화를 드리는 일.
오늘 있었던 일을 나누는 일.
엄마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일.
그게 전부다.
그런데 어쩌면
그것이면 충분한 건 아닐까.
호스피스를 공부하며
한때 나는 호스피스 자격증을 취득했다.
죽음을 배우는 시간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곧 부모의 이야기였고,
언젠가는 나의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지나며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고
조금 더 연약해졌다.
삶은 끝이 있다는 사실이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내려왔다.
나는 지금, 그 사이에 서 있다
위로는 81세의 엄마,
아래로는 자식과 손주.
나는 그 사이에 서 있다.
자식의 고민을 듣고,
엄마의 불안을 받아내며,
내 마음은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이 자리가 버겁다.
하지만 이것이 어쩌면
진짜 노후살이인지도 모른다.
은퇴 후의 여유가 아니라
관계를 지켜내는 시간.
사랑을 더 오래 붙들어야 하는 시간.
오늘도 나는 전화를 건다
“엄마, 오늘은 어땠어?”
그 한마디가
엄마의 하루를 조금 덜 외롭게 하고
나의 마음을 조금 덜 흔들리게 한다.
노후는 어쩌면
준비가 아니라
관계를 지켜내는 연습인지도 모르겠다.
중간 세대로 살아가는 우리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
혹시 지금,
부모님을 바라보며
비슷한 마음을 품고 계신가요?
조용히 댓글로 마음을 나눠주세요.
이 길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서로 확인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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