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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자격증, 죽음을 배운 시간

by 루하천사 2025. 5. 1.

호스피스 자격증, 죽음을 배운 시간

50대에 접어들며 나는 삶의 방향을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다 성장해 독립했고, 부모님은 점점 연로해지셨다. 그 무렵, 우연히 교회에서 호스피스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받았다. 죽음에 대해 배운다는 건 처음엔 조금 두려운 일이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은 삶을 더 소중하게 만드는 전환점이 되었다.

📖 죽음을 배운다는 것, 마음을 여는 용기

호스피스 자격증 과정은 단순한 교육이 아니었다. 첫 강의 시간, 강사는 이렇게 말했다.

“호스피스는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까지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을 돕는 일입니다.”

그 말이 마음을 깊이 울렸다. 우리는 늘 삶을 준비하지만, 죽음에 대해서는 말하는 것조차 꺼리는 문화 속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의 마지막을 동행하는 일은 삶의 가장 진실한 순간을 마주하는 일이기도 했다.

수업은 매우 체계적이고 전문적이었다. 말기 환자들의 신체적 고통을 이해하는 방법, 유가족을 위한 심리적 케어, 영적 돌봄의 태도와 실천 등 모든 강의가 내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 샘물호스피스병원에서의 실습, 생명의 무게를 배우다

교육을 마친 뒤, 저는 샘물호스피스병원에서 실습 기회를 갖게 되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이 병원은 국내 최초의 독립형 호스피스 전문 기관으로, 신체적·정신적·영적 돌봄을 함께 실천하는 전인치료 모델을 추구한다.

병원은 믿음, 소망, 사랑, 평안 등의 이름을 가진 병실로 이루어져 있었고, 각 공간마다 따뜻한 돌봄의 손길이 느껴졌다. 정기예배, 음악회, 기도실, 영정 상담 등 환자와 가족 모두가 위로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었다.

실습 중 만난 한 환자분의 말씀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이곳은 병원이 아니라, 제 인생의 마지막을 가장 사랑받으며 보내는 집 같아요.”

그 순간, 나는 ‘죽음’이라는 단어에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 지금도 매달 한 번, 다시 그곳으로 향하는 이유

실습이 끝난 후 나는 결심했다. 이 시간을 멈추지 말자. 그래서 지금까지 매달 한 번씩 샘물호스피스병원을 방문해 정기 봉사를 하고 있다.

때로는 기도만 드리고 오기도 하고, 가끔은 환자 가족과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 시간이 내게도 위로가 되며, 삶의 끝이 두렵지 않도록 나 자신을 준비하게 만들어준다.

호스피스는 죽음을 배운 시간이었지만, 사실은 가장 깊고 진실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운 시간이었다. 누구나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게 된다면, 그 끝이 존엄하고 평안하기를. 그리고 누군가 그 곁을 지켜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