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양으로 위로받는 병동, 살아있을 때의 평안
샘물호스피스병원은 제가 그동안 알고 있던 병원과는 너무도 다른 공간이었습니다. 예배가 하루에 세 번, 병동 전체에 찬양이 울려 퍼지는 이곳은 마치 작은 천국 같았어요. 각 교회에서 파송된 찬양팀들이 병실마다 찬양을 전해주는데, 그것만으로도 환우들의 마음이 얼마나 평안해지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현장실습으로 방문했던 날도 마침 예배가 있었고, 예배당을 가득 메운 봉사자들과 찬양은 제 마음까지도 울렸습니다. 삶의 마지막 여정 앞에서도 평안할 수 있다는 건, 아마 이곳처럼 사랑과 음악이 가득한 환경이 주는 축복일 겁니다.
🌿 “발을 만지며, 그 인생을 느꼈습니다”
제가 맡은 봉사 활동은 아로마 테라피 마사지였습니다. 실기 수업을 마친 후 현장 실습으로 선택한 이곳, 처음엔 막막했지만 봉사를 하며 알게 되었어요. 환우들의 발을 마사지하는 동안, 그분들의 생을 손끝으로 느꼈습니다. 발끝에 맺힌 고통, 손등에 남은 세월의 흔적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었어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저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마사지했습니다. 이 병원에서는 돌아가신 후 장례를 따로 치르지 않고, 예배를 드린 후 화장된 유골을 잔디밭에 뿌립니다. 시간이 지나면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게 되지만, 그 가족들은 사진을 보며 그 잔디밭을 한 바퀴 돌아보고 가십니다. 결국 죽음 이후보다 더 중요한 건, 살아 있을 때 어떻게 사랑하고 나누며 살았느냐는 것이겠죠.
🕊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내가 다시 시작한 길
이곳을 찾게 된 계기는 바로 ‘아버지의 죽음’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폐암 진단, 준비할 틈도 없이 떠나보내야 했던 아버지. 그 상실감은 제 50대 중반의 삶을 완전히 뒤흔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 속에서 저는 ‘살아 있는 동안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고, 호스피스 교육을 신청하게 된 거예요.
실습 중에는 안치실에도 들어가보았습니다.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도 존엄을 지키고, 남은 사람들에게도 위로가 되는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곳에서 저는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병원에서 봉사하는 분들의 대부분이 돌아가신 환우의 가족이라는 점도 참 인상 깊었습니다. 이처럼 누군가의 죽음이 또 다른 사랑의 씨앗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신앙과 사랑의 실천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