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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산 1년, 그리고 다시 찾은 나의 시간

by 루하천사 2025. 4. 29.

부모님과 함께 산 1년, 그리고 다시 찾은 나의 시간

50대 중반, 저는 친정어머니와 함께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캐나다에서 20년 넘게 살아오다 한국으로 돌아왔고, 자연스럽게 어머니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살면 서로 의지가 되겠지”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막상 함께 살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달랐습니다.

어머니는 올해 80세. 오랜 시간 혼자 지내시며 몸에 익은 생활 방식이 있었고, 저도 캐나다에서의 독립적인 삶에 익숙해 있었습니다. 함께 살아가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어머니의 건강과 감정을 살피며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제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고, 제 자신이 조금씩 사라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1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귀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머니와 나눈 식사 한 끼, 함께 드린 예배, 대화 속의 웃음과 눈물은 오롯이 저에게 남아 있는 따뜻한 기억입니다. 매일 아침 말씀을 읽고 기도하면서 인내와 감사의 깊이를 배웠던 시간, 그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값졌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위한 결단, 그리고 다시 세워진 일상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은 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저는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중심으로 돌아가는 하루 속에서 제 신앙, 제 삶의 리듬은 점점 희미해졌습니다. 문득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마음 깊숙이 자리했습니다.

결국, 저는 결심했습니다. 사랑을 오래 지키기 위해서는 제 삶도 돌보아야 한다는 것을요. 그래서 교회 가까이에 조용한 작은 집을 얻었습니다. 처음엔 죄책감도 들었지만, 독립 후에야 비로소 저는 다시 저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매일 아침 말씀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블로그를 통해 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하나님과 더 가까워진 이 시간은 어머니를 향한 사랑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떨어져 지내는 지금이 오히려 더 따뜻한 돌봄이 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함께하지 않아도, 마음은 더 가까이

분가 이후에도 저는 여전히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고, 필요한 일은 언제든 돕습니다. 시장을 다녀오며 반찬거리를 사드리고, 날이 바뀌면 계절 옷을 챙겨드리는 일. 이런 소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오히려 더 진심을 담을 수 있는 시간임을 느낍니다.

시어머니는 형님께서 정성껏 돌보고 계십니다. 그 덕분에 저는 친정어머니께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족의 모습이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가까이 있다고 반드시 잘 돌보는 건 아니고, 떨어져 있다고 해서 소홀한 것도 아닙니다. 마음이 얼마나 가까운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저는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마무리하며

혹시 지금, 부모님과 함께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분가를 결심했지만 죄책감이 드시나요? 저는 경험을 통해 배웠습니다. 자신을 돌보는 일이 결국 부모님을 위한 길이 되기도 한다는 것. 여러분 자신도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 사실을 잊지 마세요.

잡을수 있는 손이 있음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