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분의 손을 잡고, 나는 인생을 배웠습니다
처음 샘물호스피스병원에서 봉사를 시작했을 때, 저는 죽음을 돌보는 일이 막연하고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이곳은 삶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해 꼭 와야 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저는 이곳에서 기도하고, 손을 어루만지고, 찬양을 들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믿음을 배웁니다.
🏥 매달 다시 찾는 병원, 죽음을 준비하는 따뜻한 공간
샘물호스피스병원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국내 최초의 독립형 호스피스 전문 병원입니다. ‘믿음’, ‘소망’, ‘사랑’, ‘평안’이라는 이름의 병실들이 있고, 하루에 두 번 정기 예배가 열리며 병실마다 영상 예배도 함께 울려 퍼집니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건, 각 교회에서 찾아온 찬양 봉사자들 덕분에 병실마다 자연스럽게 찬양이 흐르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찬양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 있는 환자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경건한 예배의 순간처럼 느껴집니다.
이 병원에서는 죽음을 준비한다기보다, 삶을 정리하고 감사를 마무리하는 자리에 함께 앉는 기분이 듭니다.
✋ 그분들의 손과 발, 그 위에 놓인 인생
제가 맡은 봉사는 마사지 섬김입니다. 손을 잡고, 발을 어루만지며 기도하는 이 시간은 단순한 봉사를 넘어, 그분들의 삶을 읽어내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할머니의 굳은 발바닥에서는 자식을 위해 평생 서 있던 인생이 느껴졌고, 할아버지의 주름진 손에서는 수십 년의 노동과 기도가 스며 있었습니다. 말은 없지만, 그분들의 몸은 인생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 분의 손을 잡고 기도하던 중 눈물 한 방울이 제 손등에 떨어졌습니다. 그분은 힘겹게 제 손을 꼭 쥐시며 말씀하셨어요.
“살아 있을 때, 잘 살아줘서 고마워요.”
그 말이 제게는 마치 하나님이 하신 말씀처럼 들렸습니다. 그날 이후, 저의 신앙의 모토가 바뀌었습니다.
🙏 기독교인은 살아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믿음
많은 이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저는 이곳에서 죽음을 배운 뒤, 오히려 삶을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샘물병원에서는 환자들이 떠나고 나면 화장 후 유골을 병원 뒤편 잔디밭에 뿌리는 방식으로 마지막을 정리합니다.
그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 저는 울컥했지만 이내 마음속에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그분들은 흙으로 돌아갔지만, 그 사랑과 기도는 우리 마음에 남아 다시 ‘살아 있는 이들’을 향한 섬김의 마음으로 꽃피워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달 이곳에 옵니다. 기도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살아있을 때, 잘 살아야 한다.”
죽음 앞에서 당신은 어떤 기도를 드릴 수 있나요? 그 순간, 당신이라면 어떤 말을 건넸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