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말을 반복하는 엄마, 응급실을 다녀온 후 더 걱정되는 이유
어제는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하루였습니다.
평소처럼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엄마의 혈압이 갑자기 높아졌습니다. 순간 얼굴빛이 달라지고 컨디션도 좋지 않아 보여 급하게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응급실로 가는 차 안에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혹시 큰일이 생긴 건 아닐까?"
"왜 갑자기 혈압이 이렇게 오른 걸까?"
"조금 더 일찍 병원에 모셨어야 했던 건 아닐까?"
다행히 응급실 검사 후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 한편이 무겁게 가라앉았습니다.
혈압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최근 들어 엄마가 같은 말을 반복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세가 드신 부모님을 바라보는 마음
엄마는 평소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십니다.
영양제도 꼬박꼬박 챙겨 드시고 식사도 비교적 규칙적으로 하려고 노력하십니다.
그런데도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방금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하시고, 조금 전에 물어본 질문을 또 물어보실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자녀의 마음은 편하지 않습니다.
혹시 기억력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혹시 치매 초기 증상은 아닐까.
괜한 걱정일 수도 있지만 부모님의 작은 변화에도 예민해지는 것이 자녀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같은 말을 반복한다고 모두 치매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노화에 따른 기억력 저하와 치매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기억력이 조금씩 떨어질 수 있습니다.
약속을 깜빡하거나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잠시 생각나지 않는 일도 생깁니다.
하지만 치매는 단순한 건망증과는 다릅니다.
- 같은 질문을 계속 반복한다.
- 최근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 익숙한 장소에서도 길을 잃는다.
- 날짜나 시간을 자주 혼동한다.
- 성격 변화가 심해진다.
이런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문의 상담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아직은 단정할 수 없지만 엄마의 변화를 조금 더 세심하게 관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 돌봄은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다
많은 분들이 부모 돌봄이라고 하면 육체적인 수고를 먼저 떠올립니다.
병원을 모시고 다니고 약을 챙겨 드리고 식사를 준비하는 일들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마음의 부담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언제 건강이 나빠질지 모른다는 불안.
갑자기 응급실에 가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에 대한 자책.
어제 응급실 의자에 앉아 있으면서 그런 생각들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부모님은 늘 강한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보호가 필요한 존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응급실을 다녀오며 다시 깨달은 것
어제 하루를 보내며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부모님은 영원히 내 곁에 계시는 분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미뤘던 전화 한 통.
귀찮다는 이유로 건너뛰었던 대화.
언젠가 해야지 했던 시간들이 사실은 지금 가장 중요한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응급실을 다녀온 후 엄마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오늘도 엄마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걱정은 계속되겠지만 오늘 함께 웃고 이야기할 수 있음에 감사하려고 합니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당연한 시간이 아니라 선물이라는 사실을 다시 배우게 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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