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는 왜 자꾸 주무실까? 연세 드신 부모님의 ‘잠’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어제는 오랜만에 동생이 강진에서 올라왔습니다.
평소 바쁜 일상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은 늘 같기에 시간을 맞춰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엄마가 좋아하시는 누룽지백숙집으로 향했습니다.
따뜻한 국물에 부드러운 닭고기를 드시며 오랜만에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맛있다."
"오랜만에 이런 음식 먹네."
엄마의 한마디에 우리 형제는 서로 눈을 마주보며 웃었습니다.
평범한 점심 한 끼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온 뒤부터 제 마음 한편이 무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집에 계시는 두 시간 내내 거의 잠만 주무셨기 때문입니다.
깨워도 다시 주무시고, 이야기를 걸어도 잠시 대답만 하신 뒤 또 눈을 감으셨습니다.
동생이 돌아가고 난 뒤에도 그 모습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연세 드시면 원래 이렇게 잠이 많아지는 걸까?"
"혹시 건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최근 응급실까지 다녀온 일이 있었기에 걱정은 더 커졌습니다.
부모님의 잠이 많아지는 모습을 처음 마주할 때
어릴 때 부모님은 늘 바쁘셨습니다.
새벽부터 일어나 가족을 챙기고 밤늦게까지 집안일을 하셨습니다.
잠시라도 쉬고 계시면 오히려 낯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부모님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소파에 앉아 계시다가 잠드시고,
TV를 보시다가 잠드시고,
점심을 드신 후에도 긴 시간 잠을 주무십니다.
처음에는 "피곤하신가 보다"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날이 반복되면 자녀들은 걱정하게 됩니다.
특히 부모님을 돌보고 있는 중장년 자녀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노년기에 잠이 많아지는 이유
전문가들은 나이가 들면서 수면 패턴이 변화한다고 말합니다.
젊을 때처럼 깊은 잠을 오래 자지 못하기 때문에 밤에 여러 번 깨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결국 낮 시간에 졸음이 늘어나고 낮잠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나이 때문이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노년기에 잠이 많아지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1. 수면의 질 저하
나이가 들면 깊은 수면 시간이 줄어듭니다.
밤새 충분히 잤다고 생각해도 실제로는 피로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2. 복용 중인 약물
고혈압약, 진정제, 수면제, 일부 영양제는 졸음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여러 종류의 약을 복용하고 계시다면 약물 영향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3. 체력 감소
근육량이 감소하고 신체 활동이 줄어들면 쉽게 피곤함을 느낍니다.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외출도 큰 에너지를 사용하게 됩니다.
4. 질병의 신호
갑상선 기능 저하증, 우울증, 치매 초기 증상, 심혈관 질환 등도 과도한 졸림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나이 드셔서 그래"라고 넘기기보다는 변화의 정도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들어 엄마가 더 걱정되는 이유
사실 제가 걱정하는 이유는 단순히 잠 때문만은 아닙니다.
최근 엄마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시는 일이 늘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혈압이 갑자기 올라 응급실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오랜만에 외식을 하고 돌아온 뒤 계속 잠만 주무셨습니다.
각각의 상황만 보면 별일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녀의 입장에서는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크게 다가옵니다.
예전의 건강하고 활기차던 부모님의 모습이 기억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이 늙어가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부모님의 노화를 인정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사실이 더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부모 돌봄은 몸보다 마음이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 돌봄을 육체적인 노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원 모시고 가기,
약 챙겨 드리기,
식사 준비하기.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마음이 더 힘듭니다.
오늘은 괜찮으실까.
내일은 또 어떤 변화가 있을까.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계속 관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어제도 엄마가 잠든 모습을 보며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예전에는 저를 재우시던 분인데,
이제는 제가 부모님의 잠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이렇게 흘렀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하는 시간
어제 동생과 함께 먹었던 누룽지백숙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음식 맛보다 그날 함께했던 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밥을 먹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잠든 모습을 바라보며 걱정하는 것조차 언젠가는 그리운 추억이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자주 마음속으로 다짐합니다.
"조금 더 자주 전화하자."
"조금 더 많이 웃어드리자."
"조금 더 함께하자."
부모님은 영원히 곁에 계시는 분이 아닙니다.
당연하게 여겼던 하루가 사실은 가장 큰 선물일 수 있습니다.
어제 잠든 엄마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지금 내 곁에 계신다는 것.
함께 식사할 수 있다는 것.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감사한 축복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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